기예랑과 목우는 저잣거리에 나와 구경을 했다.
목우는 기예랑에게 많은 걸 보여주었고, 기예랑은 보여주는 걸 빤히 쳐다보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목우는 당황스럽지만, 그럼에도 기예랑에게 최소 필요한 물건을 사주었다.
기예랑은 여관의 방을 둘러보면서 마음에 드는 장소에 자신의 짐을 풀었고, 옷도 편안하고 움직일 수 있는 옷을 갈아입었다.
옷을 다 갈아입은 기예랑은 거실에 나왔고, 목우를 발견해 그에게 접근했다.
목우는 기예랑을 보자, 묘한 설레감이 느껴졌다.
기예랑은 목우가 자신을 이상하게 바라보는걸 눈치챘고, 그녀는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막았다.
그러자 목우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고 사과했다.
"아, 미안하구나... 그럴 의도는 아니었다만..."
기예랑은 그가 고의가 아닌 걸 알기에 더 이상 따지지도 않았다.
그는 기예랑과 함께 인간계에 내려와 경성에서 처음으로 즐겁게 보냈다.
기예랑은 기억을 잃었지만, 그럼에도 두 눈이 반짝이면서 순수한 마음으로 즐거워했다.
하지만 기예랑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왜지...?'
기예랑은 목우를 쳐다보면서 지금의 시간이 얼마나 흘러갔는지 알고 싶어 했다.
목우를 바라보면서 지금의 시간대를 물어보게 되었다.
그는 말했다.
"선계와 이곳의 시간이 많이 다르단다. 인간계는 제시간에 흐르지만, 선계는 신계의 시간과 거의 같거든."
기예란은 수화로 물어보았다.
'경국의 이야기가 궁금한데요.'
목우는 멈칫했고, 예랑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경국...? 어느 왕 이야기 말이니?"
'모르겠어요. 어느 왕이 황제가 되었던 이야기가 떠올라서요.'
-...
목우는 한숨이 나왔지만 언젠가 숨길이유도 없으니 설명했다.
"경국의 왕. '소천'이란 왕이 있었다. 그는 성국을 함락시켰고, 성국의 백성을 받아들여 경국을 키웠지.
성국과 경국은 하나가 되었고, 황제라 불러왔지."
-....
" 황제는 후궁을 들이지 않았고, 황후 한 사람만 사랑했지. 하지만 후계자가 없었어."
기예랑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 표정이 굳었다.
"황후란 존재가 모두가 반대했지. 신분이 불확실하니까. 근데 우스운 건 황후란 사람은 만만치 않은 사람이었지."
목우는 웃으면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황후는 우리 쪽 사람이었어. 그래 사매였지. 사매는 가장 현명하고 지혜로운 아이였어.
사리분별은 분명했고, 냉정했으며 한없이 자비로운 아이였지."
기예랑은 무언가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어느 한 여인이 왕으로 보인 사람과 함께 나라를 다스리는 기억이 보였다.
기예랑은 안색이 조금 어두웠지만, 목우에게 보여주지 않았다.
-....
목우는 기예랑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몰랐고, 그저 돌아가자는 말 한마디만 던졌다.
기예랑은 말을 못 하는 자신이 어떤 표현을 해야 하는지 몰랐다.
그저 돌아가자는 말에 함께 여관으로 돌아가는 것뿐이다.
"그러고 보니, 소천 황제가 즉위한 지 30년이 되었군. 후계자가 없다는 게 흠이지만..."
목우는 무의식적으로 그리 말했지만, 기예랑은 덤덤히 들었다.
한편 소천은 황궁에서 여전히 정무를 돌보았다.
그가 직위하고 30년이란 세월을 보냈지만, 그는 조금도 늙지 않았다.
경국은 여전히 건제했고, 태평성대를 이루어져 있다.
단지 그는 여전히 단 한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잊지 않았다.
"폐하."
무유가 소천에게 예를 갖추었다. 그는 30년 동안 소천을 지켜왔고, 그도 생기가 잃었지만 늙지 않았다.
"무유. 조정의 신하들을 전부 치워버렸고, 사병들을 위장하여 백성들의 불만과 생활들을 보고하는 것이.
나의 잘못인가?"
"폐하의 옥체가 상하실까 우려되지만, 폐하의 선택은 무모하셨어도 올바른 선택을 하신 겁니다."
그는 한숨을 내쉬었고, 보고 있는 서신들을 던졌다.
"조정에 있던 신하들은 하나같이 탐욕스럽고, 왕권을 위협하는 자들이 상당히 많았지.
과인이 힘든 길을 택하면서도 왕권을 지켜왔다. 그래... 신분... 그게 걸림돌이나 다름이 없지."
"폐하..."
소천은 자세를 고치면서 진지한 모습으로 말했다.
"과인은 황후가 원하는 삶을 만들기 위해 10년이나 걸렸다.
너무 멀리 돌아갔지만, 그럼에도 성공을 거두었지. 왕이 있든 없든... 백성의 안녕을 위해 그 길을 택했지."
"돌아가신 황후마마도 이해해 주실 거라 생각합니다."
-....
'신계에서 마신과 악신 두 신이 함께 소멸했다. 신계의 기준으로 엄밀히 말하자면... 천년이나 지났다.
인간계는 신족이든 마족이든 겁을 수행하기 위해 환생하는 경우가 있지...'
소천은 미간을 주무르면서 조용히 눈을 떴다.
소천은 무유에게 지시를 내렸고, 무유는 임무 하러 나가자, 그는 침소로 향했다.
그의 침소에서 책상에 널브러진 종이들이 있었다.
종이를 하나같이 정리하며 일기장을 발견해 읽었다.
일기장의 주인은 바로 명월이었다.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명월의 일기장을 읽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관한 자신의 마음을 고스란히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는 일기장의 내용에서 미래의 자신의 이름을 적혀있는 걸 발견했다.
'기예랑...'
소천의 표정은 어두웠고, 미래에 부르는 이름을 잊지 않기 위해 되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