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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 화

붉은 달[赤月]

by z엘룬z 2025. 6. 19.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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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랑."

 

그녀는 목우를 바라보았다.

 

"너는 기억이 온전하지 않거나, 기억이 잃어버린 경우가 있지. 널 발견했을 당시 큰 부상을 입었으니까."

 

-....

 

"솔직히 난 네가 네 이름과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그동안 넌 너무 무리했고 죽을뻔했으니까."

 

-?

 

"무슨 말씀이신가요?"

"사부님은 운명을 거스를 수가 없다고 하셨지. 그건 나도 동의한다.

하지만, 지금의 너는 기억을 잃은 채 평범하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

 

기예랑은 이해 못하고 혼란스러워하자, 목우는 사실대로 말한다.

 

"네 진짜 정체가 바로 내가 아는 사매. 명월이란다."

 

-!

 

"제가... 명월이라고요?"

"이곳에선 명월이라 부르지. 너는 무능한 달의 신이라 알려진 존재란다."

 

그 말을 들은 기예랑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했다.

 

"윽!"

"명월!"

 

그리고 기억속에서 목소리가 여러 갈래로 들려왔다.

 

- 할머니... 나는 할머니 못 만나?

- 명월아. 궁에 들어가기 전에 알아둬야 할 게 있단다.

- 흥! 인질[人質] 주제에!

- 전하!

- 그게 무슨 상관인데요! 불모 신분일지라도! 엄연히 왕자라고요!

 

머리속에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고, 자신도 모르는 기억들이 마구 집어넣은 것처럼 괴로워했다.

 

- 당신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어요.

 

-!

 

그 한 마디가 그녀를 정신을 차리게 되었고, 과거의 기억들이 천천히 스며들어 온전히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천천히 순서대로 기억들을 정리하게 되었고, 그녀는 노부부부터 신마전쟁에 마신의 모습에 죽기까지 전부 떠올렸다.

그녀는 한마디로 눈물이 새어나왔다.

 

-....

 

"대사형...."

"사매...! 이제 떠올린 거야?"

 

온몸이 떨리면서도 고개를 조심스럽게 끄덕했다.

 

"다행이구나.... 기억을 되찾아서."

".... 하지만 다시 잊힐 거예요."

 

-?!

 

"왜?"

"자멸검으로 악신과 저를 동시에 찔렀고, 심장자리에 구멍은 메워지지 않은 저주에 걸렸죠.

단명하는 거나 다름이 없어요. 기억도 마찬가지고요..."

 

목우는 그 말을 듣고 안타까워했다.

 

".... 방법은 없는 건 아니야. 그 저주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면, 약하게 만들 방법은 있어."

"어떻게....?"

 

목우는 그녀의 손을 조심스럽게 만져주면서 설명했다.

 

"요족의 수장에게 찾아가 방법을 간구하면 될 거다.

본래 요족들은 달의 신의 축복으로 짐승들이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가게 해 주었지.

하지만 그들은 달의 신을 그리워했던 탓인지 몰라도 달빛의 힘을 모아서 살아갔다는 이야기가 있어."

'.... 요족의 수장이면.... 은영인가?'

 

목우는 그녀의 이마의 땀을 조심스럽게 닦아주고, 잔머리를 정리해 주었다.

 

"방법은 아예 없는 건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마렴."

 

고개를 끄덕하자, 목우는 안심했다.

 

"그나저나, 그게 난감하군. 이름과 기억이 떠오른 이상... 옛 이름을 다시 불러야 하는지 모르겠구나."

"사부님이 말씀하셨어요. 언젠가 말을 하게 되거나, 혹은 글을 적어서 네 이름을 알리거라 하셨죠.

사부님은 아마 예측하셨을 거라 생각해요. 기예랑으로 활동해야 할거 같아요."

"그래, 그것이 네 선택이라면 존중하마."

 

한편 소천은 화륜과 함께 저잣거리를 나가면서 구경을 했다.

 

"와! 아버지 여기 신기한 게 많아요!"

 

호위병은 없었고, 오직 무유 혼자만 왕과 공주를 호위하고 있었다.

 

"아가씨 그렇게 혼자 멀리 가시면 안됩니다!"

 

무유는 어린 공주를 지키는 것이 어려워했지만, 소천은 화륜을 많이 지켜주었다.

 

"화륜. 무엇을 갖고 싶니?"

 

화륜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내 떠올렸다.

 

"조각품을 갖고 싶어요!"

 

-...!

 

'조각품이라면.... 폐하...'

"어떤 조각품이냐? 이 아비가 직접 만들어줄 수 있단다."

"와 정말요? 저는 작은 풍경이 담긴 조각품을 원해요!"

 

-....

 

"폐하...."

 

소천은 손을 올려 무유의 말을 잘랐다.

 

"재료를 구해와라. 그 돈으로 구할 수 있는 무엇이든."

"하지만... 이 돈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누가 비싸게 사라는 거냐. 적당하거나 보잘것없는 것도 상관없으니 구해와라."

 

무유는 감히 왕의 말을 거역할 수 없어, 고개를 숙이며 자리에 떠났다.

소천은 화륜의 손을 잡고 죽림으로 향했다.

 

"아버지, 여기 대나무가 엄청 많네요? 엄청 시원하고 공기가 맑아요."

"여긴 네 엄마가 좋아하는 장소이자, 생전에 살았던 곳이기도 하단다."

 

화륜은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흥분했다.

 

"엄마가 여기서 살았다고요? 저 더 알고 싶어요!"

 

소천은 작은 아이가 흥분한 모습을 보자, 절로 미소를 지었다.

 

"이곳은 네 엄마가 살았던 곳이 여기였다. 네 엄마의 출신 또한 불분명했지.

성국의 백성이었는지, 경국의 백성이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럼 엄마는 이곳의 부모님은 안 계셨나요?"

 

-....

 

걸음을 멈추면서 설명했다.

 

"네 엄마는 고아였단다. 노부부의 보살핌으로 살아왔어.

노부부에겐 네 엄마의 전부였단다. 다 낡아진 집에서 살아왔어도 불평하지 않고, 오히려 효도를 했지."

 

화륜은 소천의 얼굴에 슬픔에 담겨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왜 슬픈 얼굴을 지으세요? 엄마에게 안 좋은 일을 겪은 건가요?"

 

"네 엄마는 명영이란 자를 따라간다면, 노부부를 보살펴 주겠다는 약조 하면서 따라갔지.

하지만 약조를 지키못했고, 네 엄마는 노부부를 소홀하게 했다는 죄책감에 빠졌고, 명영을 죽이려 들었지."

 

-!

 

"명영은 그 이후의 행방은 나도 모르겠구나. 네 엄마는 그때부터 웃음기가 없어졌다고 무방하겠지.

한없이 차가우면서도, 마음은 한없이 따듯하고 헌신하는 사람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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