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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 화

붉은 달[赤月]

by z엘룬z 2025. 9. 19.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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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떠난 뒤에 소천은 잃은 표정에서 마치 갈피를 못 잡은 사람처럼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소리 없이 얼굴에 눈물이 흘렀지만, 그는 눈물을 닦으며 아직 끝난 게 아니란 걸 알고 있었다.

 

그는 뒤를 돌아 집으로 들어갔고, 명월은 여관에 목우를 만났다.

명월은 목우를 쳐다보자 표정이 조금 굳었다.

 

'그에게... 사악한 기운이 느껴져... 설마 사념체가 스며든건가?'

"왜 그러지?"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보다 요족의 수장을 만났고, 그녀에게 비기를 받아 저주를 어느 정도 풀었어요."

"! 그럼 다행이구나. 그런데 어느 정도라니...?"

 

-....

 

"이 저주는 신에게 내린 저주. 저주는 약하게 만들어 일상생활에선 괜찮지만...

힘을 사용하면 다시 저주가 강해진다고 말했으니까요."

 

목우는 가슴이 미어질 듯 아파했다. 명월은 담담하게 말하는 것이 그에게 좋지 않았다.

 

"대사형... 내 진짜 이름은... 명월인가요?"

"... 그건 아니야. 우리 소요종 그리고 그자와 함께 있던 시간에 살았던 이름이 명월이지만 진짜는 아니지."

"... 만약에 진짜 이름을 알게 된다면, 이다음이 무엇이 일어날까요?"

 

-...

 

"전 그게 두려워지고 있어요. 또 '다시'... 잃게 될까 봐."

'... 다시?'

"명월... 너 기억이 뭔가 떠오른 거냐?"

"아뇨 아직이요. 하지만 분명 뭔가 있어요. 내가 두려워하는 이유를..."

 

목우는 말없이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면서 말했다.

 

"분명 잃는다는 두려움 때문이라면... 그건 아마 너 혼자일 때 일인 거다. 하지만 지금의 넌 혼자가 아니야.

우리가 힘이 닿을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 널 도울 거다. 사부님도 그리 말씀하실 거다."

 

명월은 손을 바라보면서 무의식에 무언가 떠올렸다.

 

"혼자선 그 일들을 전부 해결할 수 없어. 그래서 어머니께선 우리를 둘로 나눈 이유가 분명 있을 거야.

원래 우리는 하나였다. 운명을 거스르기 위해... 둘로 나누어졌다는 걸 잊지 마."

'.... 머릿속에 울리는 목소리. 그러나 이건 어디에도 없는 기억. 그렇다면 지금 머릿속에서 말을 건 사람은 내 반쪽?'

 

"왜 그러지?"

"아... 아뇨. 잠시 딴생각을 하느라..."

 

목우는 피식하면서 웃더니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오늘은 푹 쉬렴. 내일 사부님을 뵈러 가자꾸나."

"... 알겠어요."

 

목우는 자리를 비웠고, 명월은 침대에 앉아 눈을 감고 집중했다.

 

'나를 잊지 않았다면... 말해줘요. 나의 반쪽이자 가족... 당신을...'

 

화륜의 목걸이가 빛나자 꺼내서 확인했다.

 

'어라? 왜 역린이 빛나고 있는 거지?'

 

명월은 응답이 없다 생각하고 침대에 누우며 잠들었다.

그리고 꿈속에서 누군가가 있었다.

 

"당신은..."

"네 아이를 지키기 위해... 너의 역린에 나의 자아와 명영의 원신을 하나로 합쳐 그 아이에게 넘겼지."

"... 그럼 내 아이가... 화륜인가요?"

 

그는 고개를 끄덕했다.

명월은 힘이 풀렸는지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이곳은 꿈속... 하지만 기억을 잃지 않았어요. 그럼...?"

"이곳은 너와 나의 의식에서 이루어진 공간. 그러니 침입자는 존재하지 않아."

 

명월은 눈물이 새어 나왔지만, 그에게 물었다.

 

"우린 원래 하나였다. 운명을 거스르기 위해 둘로 나누었다. 어머니의 희생으로... 나는 마신인가요?"

"'우린' 태초의 마신. 그러나 둘로 나누었기 때문에. 나는 투신 아수라라 불렸고, 너는 달의 신으로 불렀다."

 

-....

 

'아... 이 공간은 저주가 통하지 않아서 모든 게 명확해졌다. 나는 태초의 마신이자 무능한 달의 신이다.

인간을 구해야 할 신은 벌을 받아 인간을 구하지 못했다.'

"하.... 하하..."

 

허탈한 웃음이 나왔지만 이성을 찾았다.

 

"소야 오라버니. 그리고 내 진짜 이름 소영. 맞나요?"

"맞아."

 

"정말 터무니없는 일을 저지르고도... 저는 그에게 돌아갈 방법을 찾고 있네요. 여전히..."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우린 둘로 나누어졌으니 미래는 예측할 수 없게 되었어. 너는 여전히 미래를 볼 수 있어도 말이지..."

 

-...

 

"화륜... 그 아이는 절 보고 싶어 하고 그리워하죠. 그런데 전 현실에서 그 아이에게 다가갈 수가 없어요.

아직 끝난 게 아니니까. 사념... 소요종의 대사형... 목우에게 깃들었어요. 좀 전까지 제가 무사하니까 그 기운이 옅어졌어요."

"... 아무래도. 천신은 그 자를 이용해 너를 또 위협하는 것 같구나. 네가 무사하면 삼켜지지 않지만, 네가 무사하지 못한다면...

그는 삼켜지겠지. 완전히 숙주로 삼아 너와 네 가족을 건드릴 거다. 물론 삼계도 위협하겠지."

 

명월은 차가운 시선으로 옆으로 돌렸다.

 

"거울... 이 법기로 봉인한 뒤 없애버릴 거예요. 거울을 부숴 모래로 만들면 그 누구도 같은 거울을 못 만들게."

"... 벌써 계획을 세워뒀구나. 또다시 혼자 짊어지는구나."

"아니요. 변수가 있어요."

 

-?!

 

"오라버니는 아실지 모르지만, 아직 제안에 화신의 원신을 품고 있거든요."

 

-!

 

"뭐?"

"역린을 품은 오라버니의 자아와 화신의 원신을 바꿔 칠 거예요."

"! 그렇게 되면 넌 또다시 마신이 될 거야!"

 

"오라버니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천신도 마찬가지겠죠. 하지만 아니에요.

나는 이미 선택했기에 마신이면서도 마신이 아닌 존재로 거듭되어 싸우는 거예요."

"소영...."

 

"그가 어떻게든 눈치를 챘어도 달라질 건 없어요. 그리고 죽음의 끝에 소멸일지라도 완전히 사라지진 않아요.

나에게 아직 변수가 또 있으니까. 그러니 이건 아무리 오라버니여도 말하지 않을 거예요."

 

-....

 

"그저 나를 끝까지 믿어달라는 말밖에 못 하네요. 미안해요."

".... 그래. 알겠다."

 

그렇게 꿈에서 깨어난 명월은 조용히 일어나 죽림으로 향했다.

깊은 밤 화륜은 깊은 잠에 빠져있었고, 명월은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역린으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역린이 잠든 아수라의 자아와 자신 안에 깃든 화신의 원신을 바꿔 쳤다.

 

'... 이렇게 한다면, 이 아이는 위협받을지라도 화신의 힘이 이 아이를 지켜줄 거야.'

 

그리고 인기척을 느끼자 명월은 재빨리 사라졌다.

방에 들어온 건 다름이 아닌 소천이었고, 그는 잠든 화륜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화륜... 너는 결코 명월처럼 이용당하지 않도록 내가 널 끝까지 지킬 것이다.'

 

잠든 아이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자리에 떠났다.

 

-...

 

방은 고요해지자 화륜은 조심스럽게 눈을 떴고, 자리에 일어났다.

그리고 눈을 비비며 생각에 잠겼다.

 

'... 내가 잠들 때 누군가가 왔었어. 그리고 나중에는 아버지가 오셨고... 누구지?'

 

화륜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자 문득 역린을 살펴보자,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껴졌다.

 

'역린이... 다른 게 들어갔어. 아니... 바꿔 친 건가?'

 

-!

 

'설마... 엄마?'

 

화륜은 창가에서 바깥풍경을 바라보았다.

한편 명월은 아수라의 자아를 회수했고, 깊은 동굴에 결계를 쳐 자아와 하나가 되기로 수행했다.

 

-...

 

'자아를 회수하고 다시 내 몸에 깃드는 것. 이것이 첫 번째 변수. 이제 다음 변수는... 이 거울이야.'

 

명월은 거울을 자신의 얼굴을 비쳤고, 손을 스칠 때 마기가 스며들었고, 거울은 그녀의 얼굴이 아닌 붉은 달이 비추었다.

 

'이제... 악신을 완전히 소멸시킬 수 있는 계획을 모두 준비되었다. 붉은 달은 이제 더 이상 삼계를 위협할 건 없어.'

 

-...

 

'다시 붉은 달이 뜬다 해도... 그저 아무것도 아닌 달일 뿐. 시간이 지나면 붉은 달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겠지.'

 

낮고 작은 중얼거림은 그녀에게 주문과 같았다.

 

"... 그게 내가 바라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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