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월은 성국으로 향했고, 황폐해진 궁을 둘러보면서 깊은 생각이 가졌다.
외벽을 둘러보고 궁안까지 살펴보았다.
그녀는 궁에 외곽에 거의 폐허나 다름이 없는 집을 발견하자 무의식에서 떠올렸다.
'저긴....?'
명월은 폐허로 다가가 집안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체온이 낮다는 걸 깨달았다.
'냉궁이구나... 이곳은. 그리고 이곳에 살았던 사람....'
-....
'뭐지... 왠지 잘 알고 있는 기분이 들지?'
명월은 알 수 없는 기시감[旣視感]에 당황했다.
'나는... 알고 있어.'
그리고 그녀는 높은 성벽을 보며 떠올렸다.
'냉궁에 있던 사람... 경국의 왕자...'
그리고 성벽위에 그 남자가 서있었다.
'.... 소천?'
소천은 성벽에 뛰어넘어 땅에 착지하자 명월에게 다가갔다.
소천은 조심스럽게 명월의 얼굴에 손에 대었고, 부드럽게 바라보자 명월은 어리둥절했다.
'기억이 돌아오지 않아도 상관없다. 내 마음은 여전히 너만 사랑하고 있으니.'
"?"
소천은 냉궁을 바라보면서 말한다.
"이곳은 나와 은영이 살았던 곳이다. 그래 경국의 왕자의 신분부터 말이지."
"... 인질이었나요?"
"어떤 의미로선 인질이 맞지. 하지만 왕자로선 대우를 받지 못했던 건 사실이야.
이곳의 왕은 성군이라 칭송받았지만, 그 자의 아들은 그렇지 못했지. 그 자만이 나를 업신여기면서 괴롭혔지."
명월은 냉궁을 보면서 돌연히 떠올렸다.
어린 시절 그녀가 냉궁에 말도 안 된 광경을 보고 성국의 왕자를 말리다 못해 때려눕혔다.
"... 어린 시절에 누군가를 구한 걸 떠올렸어요. 하지만 제가 구했던 그 사람이 누군지 모르고요."
"기억은 완벽하게 떠올릴 필요는 없어. 나에겐 잔혹한 기억에서 유일하게 한줄기 빛을 본...
구원받은 기억이니까."
-...
'그게 당신이 맞다면... 나는...'
-욱신
명월은 갑작스러운 발작에 놀라 몸을 웅크렸고, 소천은 그런 명월을 보자 놀란다.
"왜 그러지? 어디 아픈가?"
"... 아무래도 도졌나 봐요."
소천은 그 말을 듣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진맥을 짚어서 원인을 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의술을 배운 적이 없거나 지식이 없었다.
-...
명월은 그런 소천을 바라보자 그에게 말했다.
"저주를 약화시키는 거지.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에요. 도질 수밖에 없어요."
"힘을 사용하면 도질 수가 있는 거지. 혹... 어딘가에 힘을 사용한 적 있었나?"
심문당하는 기분이 들었는지 명월은 약간 불쾌감을 드러냈다.
"... 사람을 구하려면, 힘을 써야 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저는 그렇게 매정한 사람은 아닙니다."
단호하고 일침을 가하자 소천은 당황했다.
"아니... 난 그저..."
명월은 소천의 손을 뿌리쳤다.
"아무리 부인과 닮았다 해도... 저를 그렇게 심문하는 듯이 말하니 불쾌하군요."
그리 말하며 자리에 떠났다.
소천은 영문을 몰라 멍하게 바라보았고,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이미 멀리 가버린 그녀를 붙잡을 수 없게 되자, 그는 한숨을 내쉬며 냉궁을 바라보았다.
-....
"난 이곳에서 구원을 받았고, 바깥으로 나갈 때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었지.
그래서 은혜를 갚고 싶고... 지키고 싶었다. 하지만... 넌 여전히 '나의 달'이다."
명월은 성국에 완전히 벗어나지 않았고, 그저 기척을 지우며 지붕에 있었다.
소천의 근처에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뜻밖에 단어를 듣자 명월은 동요했다.
'나의 달....?'
명월은 그 한마디로 모든 것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기척을 지웠던 게 사라지자 기척이 되살아나자, 소천은 지붕에 명월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소천은 명월에게 이상함을 느껴졌고, 바로 지붕에 뛰어들었다.
"명월?!"
애석하게도 명월은 소천의 목소리가 닿지 않았고, 심하게 몸을 떨고 식은땀을 흘렸다.
창백한 피부가 더욱 백지처럼 변했고, 호흡도 거칠어졌다.
그는 잘못되었다는 걸 알아챘지만, 강제적으로 그녀를 끌어안았다.
-?!
명월은 깜짝 놀랐지만, 진정되지 않았다.
"진정해."
그의 걱정스러운 목소리와 동시에 따듯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자신도 모르게 진정되었다.
-....
소천은 명월은 조심스럽게 등을 쓰다듬어주면서 기다렸다.
명월은 호흡이 정상적으로 돌아왔고, 얼굴에 혈색이 조금씩 돌아왔다.
'따듯해....'
-?
소천은 힘이 빠진 명월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긴장이 풀린 탓인지 평온한 얼굴에 잠들었다.
소천은 황당했지만, 그럼에도 이해했다.
그는 그녀를 조심스럽게 안으며 성국 근처에 민박을 빌렸다.
소천은 명월을 조심스럽게 침대에 눕혔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명월...'
그는 무심코 그녀의 얼굴을 가까이 다가갔지만 멈췄다.
-....
'스스로 기억을 되찾으려고 이곳으로 온 거 같은데... 내가 먼저 강제적으로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면...
거부감이 생길 수 있어.'
그리고 그는 조용히 방으로 나가자, 명월은 눈을 떴다.
그리고 그녀는 떠난 소천을 바라보았다.
'...'
명월은 다시 눈을 감고 잠들었다.
소천은 따듯한 물과 천을 들고 방으로 들어와 소매를 걷어 명월의 몸을 닦아주었다.
'부부이지만... 기억이 없는 사람을 닦는 행위는 범죄지...'
그는 팔과 목 얼굴 다리를 조심스럽게 닦아주었다.
명월의 얼굴이 희미하게 찌푸렸지만, 거부감이 없었다.
소천은 이에 눈치채자 그만두었다.
"깨어났으면 나머지 닦고 자."
"... 점잖은 줄 알았는데 변태군요?"
"진짜 변태가 뭔지 보여줄까?"
진지함과 동시에 장난스러운 말투가 들려오자 명월은 기분 나빴다.
"아니요. 그럼 제대로 씻을게요."
라고 말하며 밖으로 나갔다.
소천은 웃음을 참고 눈을 가렸다.
'... 위험했네.'
명월은 집주인에게 씻을 곳을 있냐고 묻자, 따로 없다는 답을 들었다.
그녀는 표정을 굳어버렸고, 좀 더 먼 곳으로 택하며 숲 속으로 향했다.
명월은 호수에 천을 적시고, 옷을 벗으며 닦았다.
-...
'안쪽은 정말로 손도 되지 않았군. 그건 다행일까....?'
그녀의 심장부군은 흉터가 있었다.
용에서 사람의 모습으로 변했을 때, 그때부터도 흉터가 있었다.
이 흉터는 마신일 때 악신을 싸움에서 생긴 거였다.
그리고 그녀는 마신으로서 소멸할 때 기억까지 잃고, 저주받았다.
명월은 이 저주로 인해 기억을 갉아먹었다.
하지만 요족의 수장의 도움으로 인해 저주가 약화되었지만, 사라진 게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는 저주로 인해 기억이 어느 정도 들어왔다면 점점 잃어버린 것이다.
그녀의 감정도 기억과 함께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감정과 기억이 사라져 가고 있음에 불구하고 소천을 신경 쓰였다.
'그건 아마... 마음에 두었기 때문일 거야. 기억도 감정도 점점 사라져 가고 있어도 마음이 남아있어.'
숨을 내뱉으며 옷을 다시 정갈이 입고, 민가로 돌아갔다.
소천은 방에서 서책을 읽고 있었고, 명월은 그런 소천을 바라볼 때 묘한 기분이 들었다.
"다 씻고 온 건가?"
"네."
명월은 방에 따듯한 물에 씻은 천을 빨고 짜내어 의자걸이에 걸어놓았다.
그리고 침대를 옆으로 누웠다.
하지만 문득 명월은 궁금했고, 소천에게 물었다.
"저기."
"할 말 있나?"
"당신은 여전히 절 마음에 있다면... 묻고 싶은 게 있어요."
"뭐지?"
"나에게 한마디 할 수 있다면.... 감정이 중요한가요, 아니면 마음이 중요한가요?"
-?
소천은 그 말을 듣고 명월을 쳐다보았다.
"그게 무슨 뜻이지?"
명월은 그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나는 기억이 없고, 당신에 대한 마음이 없어요. 아니 정확히 몰라요.
그래서 묻고 있어요. 감정이 중요한가요, 마음이 중요한가요?"
소천은 명월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은 단 한순간도 동요하지 않았다.
'설마...?'
그는 설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만약이라면 그녀에게 솔직하게 대답했다.
"나는 감정보다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명월은 그 말을 듣고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기억이 잃어 갈 때마다 감정까지 사라진다면... 어쩌면 본능만이 남을 수도 있겠지.
새로운 감정을 알아차린다 해도 그건 얼마나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건 도박과 같은 거다."
-...!
명월의 표정은 굳었지만, 소천을 주시했다.
"마음이 중요하다고 했죠?"
"그래."
명월은 그에게 다가갔고, 그의 입술에 닿았다.
-?!
소천은 당황했지만, 명월은 미동하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거리를 두었고, 명월은 자신의 마음을 확인했다.
"역시... 제 마음을 이해할 수가 없네요."
명월은 그를 바라보면서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해요. 당신은 부인밖에 모르는 사람인데.... 정조[貞操]를 못 지키게 했군요."
-....
소천은 명월은 손을 잽싸게 붙잡으며 끌어안았다.
-!
소천은 명월의 귀에 속삭이면서 말한다.
"정조는 나만 지키는 것이 아니다. 너 또한 지키고 있지. 기억은 없어도 말이다."
-?!
소천은 부드러운 표정으로 명월을 바라보았다.
"네 마음은 무언가를 요구하고 있다면 내게 알려다오."
명월은 자신의 입술에 온기가 남아있고, 거부감이 없었다.
그리고 잠시동안이지만 차가운 육신이 따듯해지는 게 느껴졌다.
-....
명월은 저주가 풀리려면 이 남자가 필요하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아챈다.
"아주 잠시동안이지만, 온기가 돌고 있어요. 이런 적... 한 번도 없었는데 말이죠.
그래서 생각한 게 당신이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껴졌어요. 겨우 한 번밖에 시도했는데 말이죠."
-!
"아무래도 이 저주는... 당신하고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감정과 기억이 사라지고 있음에 불구하고...
당신과 밀접해야 저주가 조금씩 거둬지고 있는 거 같아요. 기억도... 감정도... "
-...
소천은 조용히 명월을 바라보면서 조심스럽게 입맞춤을 했다.
소천은 그녀의 피부를 스칠 때마다 조금씩 놀랄 수밖에 없었다.
'너무 차갑군... 저주라 치곤... 살아있는 몸이 아닐 정도로...'
명월은 그럼에도 싫은 내색하지 않았다.
"... 역시 살아있는 몸이 아니죠?"
"저주치 곤... 너무 차갑군. 아까 씻고 왔어도 이 정도는 아닐 텐데?"
-....
명월은 겉옷을 잠시 풀어서 흉터를 보여주었다.
소천은 당황했지만, 흉터를 보고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 흉터 때문일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걸 볼 때마다 저는 살아있는 사람이 아닌 거죠."
"그 흉터 때문인가... 어떤 흉터인지 모르는 건가?"
"기억나지 않아요."
'그 흉터자리는 분명... 악신과 자신을 함께 찌른 자리.'
-...
명월은 그의 표정을 보면서 무언가 알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당신은... 제 흉터를 보고 짐작하는 게 있나 보군요. 난 기억이 없는데 말이죠. 뭔가... 알고 있나요?"
-....
소천은 눈을 감으면서 말한다.
"뜬소문이 있었지. 그게 진짜인지 모르지만... 마신과 악신이 서로 싸웠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서로 싸워 동시에 심장을 찔렀다는 이야기가 들었지."
명월은 그 말을 듣고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