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월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면서 소천을 바라보았다.
소천은 이상한 느낌을 받아 명월을 쳐다보았다.
"소문은 소문일뿐. 진짜가 아닐 수도 있어. 그러니 그렇게 신경 쓸 필요가 없는데."
-....
명월은 창백함과 동시에 고개를 떨구었다.
'기억이... 났어...! 그날을...!'
"왜 그러지? 다시 저주가 온건가?!"
명월은 조용히 괜찮다는 신호를 보여주자 소천은 안도한 한숨을 내쉬었다.
"그게 뜬소문인가요?"
"그래..."
"... 어쩌면 사실일지도 몰라요."
-?!
'정말... 기억이 떠 올린 건가?'
"하지만... 나는 용인데... 내가 마신...."
"용?"
용이란 단어를 듣자 소천은 의아했다.
명월은 혼란스러웠다.
"나는 용인 데요. 근데 마신의 기억을...."
-쿨럭!
-왈칵!
-?!
"나는... 왜... 살아있는 거지?"
"명월!"
명월은 자신의 이름을 듣고 소천을 쳐다보았다.
"소천.... 나의 적..."
".... 뭐?"
명월은 입가를 닦으면서 기억을 떠오르는 걸 정리했다.
"아... 그렇구나. 내가 다시 살아있는 이유. 그건 내 미련 때문이구나."
"명월...!"
소천은 감격스러워했지만, 명월은 그저 싸늘한 시선을 보여주었다.
"왜... 그런 눈으로?"
"당신은 나의 적이니까요."
"... 왜지?"
"잊었나요? 우리의 관계를... 아주 오래된 관계. 그건 인간이 아닌 신이었을 때."
-!
"윽...!"
"명월!"
소천은 황급히 명월의 곁을 다가가서 괜찮은지 확인했다.
명월은 심호흡을 하면서 그에게 말한다.
"이 또한 기억이... 왜곡되거나, 사리지니 까요. 자멸검의 영향으로 인해...
점점 갉아먹고 있어요. 기억도 감정도... 그리고... 섞여있는 이 저주도..."
-?!
명월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내일이면 또다시 온전한 기억이 사라지겠죠. 당신과 관련된 기억을...
하하.. 참... 얄궂네요. 이런 운명이라는 게..."
소천은 명월을 세게 끌어안으면서 말한다.
"나는 널 잊지 않았어. 너는 날 잊어버린다 해도 내가 널 찾으면 그만이야."
".... 미련이 많은 건... 나만 그런 게 아니군요. 당신도... 당신만의 미련이 남아있군요."
-...
"그래서 과거를 잊고 다시 새롭게 만나길 바랐지만... 정작 당신은 다시 시작하는 걸 두려워서... 잊지 않았나 보군요."
"우리 사이에 아이가 있기 때문일 거야. 아이 때문에 너에 대한 모든 걸 포기할 수 없었으니까."
-....
명월은 창가밖에 하늘에 떠있는 달을 보았다.
"당신의 진심은... 어디에 머물고 있나요? '나의 달'이.... 어디에 있나요?"
".... 하늘에 떠있는 달을 주시하고 있는 너를 가리킨 말이다. 하늘의 달은 모두의 것.
나만의 달은 오직 너 하나만을 가리키는 말이자 나의 것이다."
명월은 쓴웃음 지었다.
"그때나 여전히 욕심 많은 마신이군요. 어둠의 신.... 암현."
명월은 힘이 빠져 잠들었고, 소천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았다.
가슴이 쓰라릴 정도로 괴롭고 아프지만, 늘 그녀의 곁에 머물면서 견뎌왔다.
소천은 그녀의 얼굴을 닦아주었고 혈흔을 묻은 옷 또한 갈아입히며 밖으로 나갔다.
그는 바위에 앉으며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명월....'
하늘에 화륜이 내려와 소천 앞에 나타났다.
"아버지."
"화륜..."
"울고 있어요?"
소천은 대답하지 않았다.
"괴롭고 힘들어서 우는 거예요?"
"나만 그렇겠냐. 네 엄마는 더할 거다."
소천은 눈물을 닦고 화륜을 따듯하게 안아주었다.
"화륜. 미안하구나. 갓난아기부터 널 키우며 지켰으면 좋았을 텐데."
"아버지도 힘들었잖아요. 저는 이해해요."
소천은 화륜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면서 말한다.
"너무 애쓰지 말거라. 너는 나에게 아직 어린아이일 뿐이다."
화륜은 소천의 품에 안겼고, 소천은 화륜을 따듯하게 안아주면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명월. 난 네가 자유로워지는 날이 오길 바라고 있어.'
-....
아침이 되자 명월은 눈을 떴다.
그녀는 침대에 일어나 가벼운 두통을 느꼈다.
명월은 괴로운지 빈통을 찾아 입안에 게워내었다.
-...!
'피...'
-....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구나... 저주... 그래 저주를 어떻게든 풀어야겠어.'
명월은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가 동해로 향했다.
그녀는 동해를 바라보면서 많은 생각이 떠올렸다.
'동해에선 교인[鮫人]이 살고 있다고 들었어. 지금도 교인이 있을까?'
-....
명월은 바다를 뛰어들어갔고 밑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바다의 저항 때문인지 체력이 더욱 고갈되었다.
'역시... 저주 때문에 체력이 많이 없는 탓에 불가능해. 그렇다면...'
명월은 용으로 변하며 재빠르게 밑으로 헤엄치자 동해 밑 궁전이 보였다.
궁전을 도착한 명월은 용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변했고, 궁전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경계 탓에 감히 쉽게 들어가지 못했다.
"누구냐! 감히 외지인이 함부로 들어오려고 하다니!"
-....
명월은 동해의 주인을 쉽게 만나는 것이 어렵다고 느꼈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난감했다.
'... 어쩔 수 없나.'
명월은 달의 신으로 모습으로 잠시 변했고, 그들은 놀라 경계를 풀었다.
"달의 신?!"
명월은 신의 모습을 오래 유지하는 것도 어려워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변했다.
"교왕을 만나러 왔네. 혹... 어려운가?"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경비 한 명은 교왕에게 보고했고, 교왕은 이에 만나겠다고 화답했다.
경비는 다시 나와 명월에게 보고한다.
"폐하께서 윤허하셨으니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명월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했고, 궁전을 들어갔다.
푸른 바닷속에 궁전은 하얗게 빛났고, 해초와 보석으로 꾸민 탓에 더욱 돋보였다.
명월은 교왕을 보자, 자신이 모르는 얼굴이었다.
"소영 님이신가요."
-!
"맞네."
교왕은 앞으로 나와 격식을 차렸다.
"류랑의 오라비이자 동해의 주인 해류[海流]입니다."
"류랑의 오라비라고...? 그래서 누군지 몰랐군. 미안하군..."
해류는 이상하게 여겼고, 그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소영 님... 혹 기억이 나질 않으십니까?"
".... 미안하지만, 자네의 만남이 있다 해도 나에겐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은가."
".... 그렇군요. 소영 님께선 만일 그리 생각하신다면 할 말이 없긴 합니다."
-?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는 건 내 기준이지. 그대의 기준은 아니지 않은가. 말해보게 우린 만난 적이 있던가?"
"아... 소영 님께선 유배로 인해 신계의 소식을 잘 모를 수 있겠군요. 당시에 소영 님의 정혼자가 저였습니다."
-?!
"그런 소리 못 들었네만?"
"신계에서 딱 한번 소영 님을 뵌 적이 있습니다. 소영 님은 얼핏 저를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연인지 저를 발견하지 않았더군요."
-....
"딱 한번... 나를 봤다고... 그게 언제였나?"
"누이가 연무신녀에게 당했던 날이었습니다. 그때 소영 님이 연무신녀를 벌해주던 사건이었죠."
-!
"그때 누이을 도와주신 것을 지금에서야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게 되었군요."
".... 류랑은 천의님에게 혼례를 치렀으니 두 사람은 엄연히 부부였다. 하지만 연무신녀의 계략으로 인해 두 사람을 엇갈렸지.
나는 본의 아니게 류랑을 도운 거뿐이야. 그리고 그때 누군가에게 내게 이런 말을 했었지."
해류는 경청했다.
"류랑은 천의님을 구하기 위해 선골을 바쳐 신물을 천의님에게 주었다고."
-....
"나는 당시 너희들을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연무신녀가 류랑을 괴롭히면서 이야기를 얼핏 들었지.
선골이 없는 상태에선 신족의 자격을 박탈당한 것과 요기가 더욱 강하게 되고, 마기 또한 함께 발현한다고 말이야."
-!
"그게 진짜인지 알 수 없으나, 연무신녀를 벌하고 잠시동안이나 류랑과 천의님의 사이의 오해를 풀게 내버려 두었지.
그리고 나는 직접 선골을 만들어 류랑에게 건넸다."
"이유를 알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달빛을 머금은 선골은 요기와 마기를 천천히 정화되고 맑은 기운을 채워 도와주는 거지.
만일 걷잡을 수 없이 기가 새어 나온다 해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게 해 주지. "
-....
"언제 시간 내서 이곳을 방문하여 저에게 알려주었습니다. 감히 그 은혜를 다 갚을 수 없을 정도로 도와주었다고 말이죠."
"... 나는 그런 목적으로 도운 게 아니니 착각하지 말게나. 나 또한 한때 천의님을 사랑했으니까."
-!
"하지만 이미 혼인한 사람에게 불화가 일어나는 건 원치 않아 마음을 저버렸지.
그러나 천의님이 고통받는 걸 원치 않았을 뿐. 단지 그뿐이네."
-....
"그래서 그 때문에 소신이 소영 님을 감히 정혼자로 자청한 것입니다."
"... 뭐?"
"연무신녀를 벌한 다음부터였나요? 소영 님께서 유배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감히 은혜를 입었기에... 유배되신 소영 님을 꺼내기 위해서 제가 감히 소영님을 혼례를 원한다고 올렸습니다."
명월은 그 말을 듣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걸 소천에게 이 이야기를 들었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도 남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