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천은 할 말을 잃었고, 침묵했다.
명월은 더 이상 관여하지 않은 채 묵묵히 걸어 나갔다.
'... 그렇게나 애절하고 소중했으면서 왜 벗어나지 못하는 거지.'
명월은 최근에 기억이 돌아와서 그를 다시 생각해도 마음이 아팠다.
자신에 대한 과거를 더 이상 집작하지 않고 내려놓기를 바랐다.
그래서 그녀는 미래에 대한 일기를 적으며 기예랑이라 불렀다는 이야기는 모두 적어놓았다.
그것은 그녀가 그에게 새로운 만남과 기대를 위한 발판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것이 바로 그가 그녀의 자체를 잊지 않았다.
'그가 스스로 벌을 받는 거라면.... 이 행동들이 벌을 받는 행동이라면.... 나는 어찌해야 할까.'
명월은 그를 안아주면서 위로하고 그녀도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얄궂게도 악신의 존재는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었다.
그녀의 약점을 움켜쥐며 흔들 수 있으니...
차라리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무지하게 대하며 약점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화륜... 그 아이는 여전히 절 엄마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아직 어린아이니까. 그 아이는 그대를 좋아하는 거 같군."
"참... 순수하군요."
-....
"아이의 아버지니 더 이상 상처 주지 않게 잘 말해주세요. 저는 더 이상 이곳에서 오래 머물 수가 없어요."
소천은 표정이 굳어버리고 물어본다.
"어디 떠나는 건가?"
"그건 차마 대답할 수가 없군요. 우린 어쩌다 엮인 인연이지. 실제는 아무런 사이가 아니니까요."
-!
소천은 그 말을 듣고 욱신거렸다.
"본의 아니게 상처 주는 말을 해서 미안하군요.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사이가 맞고요."
그녀는 차갑게 말한 뒤 떠나려 했다.
"단 한 번이라도..."
-!
"단 한 번이라도.... 날 사랑한 적 있느냐."
-....
명월은 침묵하자, 소천은 그녀가 망설이고 있다는 건 마음에 있다는 뜻이란 걸 깨달았다.
'넌 날 사랑하고 있구나. 망설이고 있어.... 하지만 왜?'
"사랑... 그것이 사랑인지 알 수가 없고, 지금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죠. 하지만 분명한 건 난 여전히 당신을 신경 쓰여요."
-!
"그러니 멋대로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그저 한 마디로 던지고 바로 떠났다.
소천은 명월의 행동으로 인해 그는 많은 뜻을 알아차렸다.
'넌 또다시 악신과 싸워야 하는 운명인 거냐?'
"아버지!"
화륜은 이 모든 것을 지켜보았고, 모든 것을 들었다.
"화륜...."
"어머니는...."
화륜의 근심한 얼굴을 보자, 소천은 아이를 다독여주었다.
화륜은 눈치가 빨라, 이 상황을 빨리 이해했고, 두려워졌다.
"어머니는 또다시 악신을 싸우시는 건가요?"
"... 그럴 거야. 마신과 악신. 두 신의 힘이 충돌하면서 싸웠기에 곳곳에 기운이 흩어지면서 어디론가 떨어졌다.
게다가 그 힘들은 그리 쉽게 사라지지 않았어. 너를 두고 그 흔적을 지우러 찾으러 갔었지."
"아버지 그 신들은 둘 다 악한 신이 아닌가요?"
-....
"이곳에서 언급하지 않은 진실이 무엇인지 알려주자면.... 태초의 마신이 있다.
타고난 천성은 바로 무지하다는 거다. 하지만 그 마신은 인간성을 갖추면서 무지하면서도 관대함을 배웠단다.
그렇기에 태초의 마신은 그리 악한 신이라고 단정을 지을 수가 없는 거란다."
'태초의 마신의 정체가 바로 네 엄마라는 걸 말해줄 수 있을까.'
화륜은 소천의 눈빛이 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걸 눈치챘지만, 정확히 무엇인지 몰랐다.
하지만 태초의 마신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소천 말대로 그리 단정을 지을 수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소천은 화륜을 안고 신계로 돌아갔다.
화륜은 오랜만에 신계로 돌아와서 그런지 긴장이 풀려 미소가 나왔다.
하지만 요즘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은. 이때쯤에 나타나 자신을 반겨주었는데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모가 마중 나오지 않았네요. 늦어도 꼭 오셨는데...."
"오은 말이냐?"
화륜은 고개를 끄덕했고, 소천은 아이와 함께 오은을 찾으러 길을 나섰다.
한편 명월은 깊은 동굴에 들어가 바로 동해의 보물을 꺼냈다.
작은 선골의 조각을 자신의 품에 넣었고, 운공을 시작했다.
푸른 기운이 그녀의 몸을 감쌌고, 그 기운을 익숙해져야 했다.
처음부터 그녀는 남달랐다.
상처를 입을수록 마기가 스며드는 체질이었고, 달의 힘을 가졌다.
달의 힘은 중력을 다루는 힘이었고, 소야는 그녀의 그림자이기에 한마디로 그녀가 투신이라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강하다.
새로운 선골의 힘을 다루기 위해선 기운을 알아야 했고, 익숙해져야만 한다.
악신이 자신을 다시 한번 마신으로 돌리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기에...
그래야만 대비해야 했다.
명월은 깊은 동굴에 결계를 펼쳐 동굴 내부를 못 보게 차단했고, 빛도 보이지 않게 해 두었다.
그녀는 사골을 꺼냈고, 그녀의 법기인 환인을 꺼냈다.
환인사이에 거울이 생겼고, 사골의 일부의 힘을 거울에 담더니 사골모형을 똑같이 만들었다.
-....
'너는 대체 무엇을 하기에 이렇게까지 하느냐.'
머릿속에서 말을 꺼낸 소야. 명월은 담담히 대답했다.
'이걸로 미끼로 삼으려고요. 진짜는 오라버니를 부활시킴과 동시에 진짜사골을 거울에 봉인하려고요. 그리고 악신이 거울을 향할 때 그때 동시에 봉인하며 깨트리고 소멸시키려고요.'
-!
'너 정말로 위험한 짓을 하는구나.'
'내가 어떤 사람인지 오라버니는 잘 알지 않나요? 아니 그림자라서 이해 못 하는 걸까요.'
-....
그 말을 들은 소야는 할 말을 잃었다.
'나는 그렇게 죽을 각오로 싸우는 거예요.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 내 약점을 알아내어 붙잡아 둔다 해도 달라질 건 없으니까요.
내 모든 걸 걸고, 지키기 위해서....'
명월은 가슴속 깊은 곳에서 어떤 갈망함이 담겨있었다.
'그래 난 알아. 나의 마음속 깊은 곳에 간절한 마음. 그게 바로 지키기 고자 하는 마음....
달의 신이었던 그 마음. 삼계를 지키는 사명. 그건 지금도 잊지 않았어.'
"지킬 거야.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