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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 화

붉은 달[赤月]

by z엘룬z 2024. 2. 24.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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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월은 포목상 주인장에게 나뭇조각 한 작은 정원을 보여주었고, 그는 놀라워한다.

"아니... 아씨! 옷감과 자수도 뛰어나는데 조각 작품도 보여주시다니요!"

"이건 제가 만든 게 아니에요. 주인장, 혹시 조각품들도 파는 상인[商人]이 있나요?"

"으음..."

그러자 주인장은 명월에게 말한다.

"이 정도 작품이라면... 노점[露店]에서 직접 장사하시는 게 나을듯합니다.

유감스럽게도 제 주변에 조각품들을 사고파는 상인은 없거든요."

-....

명월은 잠시 나가서 소천에게 설명한다.

"이곳 주인장이 지인 중에 조각품을 전문으로 사고파는 사람이 없다고 하네요.

직접 노점에서 팔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하지만?"

명월은 소천을 바라보면서 이어서 말한다.

"노점 말고도 조각품을 몇 개 전시해 사람의 안목을 끌어올려,

그들의 요구를 들어 만들어서 돈을 받는 방법이 있거든요."

소천은 신중히 생각한다.

"이 조각품을 주인장에게 전시해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올리는 방법도 좋을 것 같습니다."

".... 그렇게 하도록 하지."

명월은 소천에게 물었다.

"크고 작은 조각품들이 몇 개 더 필요할 거 같은데... 돈은 있으십니까?"

"네가 은영에게 준 주머니가 있긴 한데.... 난 그걸 사용하고 싶진 않아."

"왜죠?"

소천은 헛웃음이 나오면서 명월에게 물었다.

"너는 자존심도 없느냐? 그렇게 많은 돈을 주면 너만 곤란해지는 게 아니더냐."

명월은 어이가 없는지 웃음이 나왔고, 소천에게 반박했다.

"자존심이 밥을 먹여줍니까, 아니면 돈을 줍니까? 쓸데없는 질문을 하시다니 아직 멀었군요.

이게 백성들의 삶이자 그 자체에요. '냉궁에 갇혀 세상 물정 모르는 도련님.'"

소천은 그 말을 듣고 표정을 굳어 명월을 노려보았다.

명월은 오히려 기세등등하게 소천에게 말한다.

"잊으셨나요? 그 옛날 궁에서 예법도 모르는 철부지 여자애가 왕자를 밀쳐낸걸."

-!

"저는 사람과 사람의 대화를 나누어 예의를 갖추고 존중하면서 배웠습니다.

그분은 왕족이면서도 무례하게 굴었죠. 백성도 하대하는 사람이란 걸 깨달은지 오래입니다."

-....

소천은 명월의 말을 듣고, 깊이 새겨들었다.

"... 왕족의 신분을 버리셨으니, 이제 이곳의 백성들처럼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리하시는 게 맞아요.

지금 당신의 수치스러운 말을 들어 자존심을 세우셨지만, 죄송하게도... 이곳에서 당장 살아갈 궁리가 먼저예요.

사람은 여유가 있어야만 관대하거나 자존심을 세울 수 있으니까요."

명월은 뒤를 돌아 자신의 처소로 돌아가려고 했다.

"먼저 배워야 할게... 백성들처럼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고 경험해야 한다는 거냐."

명월은 발걸음 멈추고, 소천에게 다가갔다.

"그래요. 아무것도 모르고 살아오셨으니... 이참에 직접 겪어보시고, 배우시는 게 좋은 배움이라고 생각하니까요."

"배움이라고...?"

명월은 그에게 말한다.

"왕족의 신분을 버리셨어도. 왕가의 피를 물려받으신 분이시니. 궁에서 소천을 찾으러 오실지 모르죠.

... 언젠가 왕이 되실 날이 오신다면, 백성을 먼저 굽어 살펴보시는 게 좋을 거 같으니까요."

명월은 표정을 조금 누그러지면서 소천을 보여주었고, 그녀는 집으로 돌아갔다.

한참이나 그 자리에 서면서 소천은 명월의 말을 가슴 깊이 새겨들었다.

'왕족의 신분을 버리셨어도. 왕가의 피를 물려받으신 분이시니. 궁에서 소천을 찾으러 오실지 모르죠.

... 언젠가 왕이 되실 날이 오신다면, 백성을 먼저 굽어 살펴보시는 게 좋을 거 같으니까요.'

-....

'그 말대로...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살아왔고, 이상한 자존심으로 살아왔지.

명월의 말에 일리가 있다. 아직은 궁에서 소식은 없으니 당장은 아닐 거다.

당분간 명월의 말대로 이곳에서 지내면서 알아보는 게 좋겠군.'

명월은 처소에 돌아와서,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생각했다.

-....

명월은 눈가에 피로가 물렸는지 잠시 눈을 감고 창가에 기대고 있었다.

'마신... 우리는 결코 함께할 수 없지만... 때가 된다면... 그때가 온다면... 우린 함께할 수 있을 거에요.'

명월은 천천히 눈을 뜨고 달을 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손목에 묶여있는 금실을 보았다.

'설마 이 실과 연관된 기억일까?'

 

-....

명월은 달을 주시했다.

달은 유난히 하얗게 빛나고 있지만, 노랗게 빛나거나 붉게 빛날 때도 있었다.

'꿈속에서 마신을 증오했다. 하지만 지금의 꿈에선... 마치 사랑하는 사람에게 말하는 것처럼 말했어.'

명월은 달을 보면서 생각한다.

"저 달은... 보름마다 붉은 달이 떠오르는데... 그때마다 내 상태는 더 나빠지는 기분이야."

'그것보다 더 안 좋아져... 내 몸이 마치 내게 아닌 기분이...'

그러자 명월은 창가에 앉아있던 그 자리에서 통증이 와 주저앉았다.

"윽...!"

명월은 고통스러운데도 이 악물고 버티다 기절했다.

그렇게 아침이 찾아왔고, 명월은 정신 차렸다.

천천히 일어나 자신의 이마를 만졌는데 식은땀이 많은 걸 깨달았다.

'또... 이렇게 되었어.'

명월은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포목상 가게의 주인장을 만난다.

"아, 아씨! 마침 잘 오셨어요!"

"왜 그래요?"

"그 아씨께서 제게 팔으라는 그걸 말입니다. 금 80냥보다 더 값을 주셨어요!"

"그래요? 얼마 받으셨나요?"

그는 조심스럽게 명월의 귀에 속삭였다.

"금 200냥입니다."

-?!

명월은 경악했고, 말도 안 된다고 말한다.

"아무리 귀족이나 왕족일지라도 금 200냥이라뇨! 그건...!"

"예에... 저도 간이 떨어질 거 같습니다. 아씨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함정일지도 몰라.'

"주인장, 원칙대로 저 주시고, 남은 금이 문제네요... 혹시 사 가신 분 어떤 말씀이 없었나요?"

"그... 꾸밈을 좋아하는 여자였습니다. 상당한 고가로 친 치장과 화장을 더했죠. 사치를 좋아하신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아씨가 만든 걸 매료되었는지 금 200냥을 주셨고요."

명월은 꺼림직했다.

"주인장... 다른 건 없었나요? 조각품 말이에요."

"아! 있습니다. 전에 가져오신 조각품이 눈길이 갔는지 하나같이 묻더군요."

명월은 왠지 기쁜 소식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주인장은... 그들이 연락수단을 받았나요?"

"예, 그럼요! 물론 이 조각품은 아씨가 저에게 맡기셨으니 관리는 아씨께서 직접 하셔야 합니다."

주인장은 그리 말하더니, 이름과 주소가 적힌 장부를 명월에게 넘겼다.

명월은 한 장씩 넘기면서 세어보았다.

"그런데.... 하나같이 명문가가 많군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적어놓아서 늦게 알아차렸는데 그게 저도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그들이 이상한 말이라도 했나요?"

주인장은 머뭇거리더니 대답한다.

"그... 이상하게 욕심이 생기고, 권력을 쟁취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고 말합니다."

명월은 그 말을 듣고 조각품을 자세히 보았다.

희미하지만, 마기가 깃들어져 있었다.

-!

'마기다. 그런데 물건에도 깃들어진다는 건 처음 알았어.

.... 혹시. 소천은 어떤 마음을 품고 만들어서 물건에 마기가 깃들어진 건가?'

-....

'아직 섣불리 판단하면 안 돼... 확신하면 그때 해결하자.'

명월은 가게에 빠져나와 장부를 다시 살펴보았다.

"하나같이 귀족, 장군, 그리고 왕가의 후손 그 위주가 많아."

'어떻게 된 거지?'

명월은 느낌이 좋지 않아 소천을 만나러 향했다.

"드디어 만났네요?"

명월은 자신에게 말을 건 어떤 여자를 보았다.

명월과 여자는 초면인데 여자의 모습은 사치를 즐기는 사람이었다.

명월은 단번에 알아차렸다.

"죄송하지만, 아가씨를 처음 뵙니다. 누군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명월은 깍듯이 공손하게 말한다.

여자는 재미있는지 웃으면서 대답한다.

"어머, 내가 누군지 모르다니 섭섭하네요."

-!

"경국[經國]의 왕자는 어디있나요?"

"... 송구하오나, 그건 알려드릴순 없습니다. 그분은 선택하셨거든요."

사치를 좋아하는 여인이 바로 미양[媺量]이였다.

"후후. 이곳 포목상 가게에 마음에 든 자수를 보고 금 200냥을 샀는데. 마음에 들었나요?"

".... 지나친 값으로 사신 겁니다. 어떻게 거금을 주고 사신 겁니까?"

미양은 지나친 화장을 지우고, 명월에게 다가간다.

그녀는 진한 화장을 지어 고운 얼굴로 명월에게 말한다.

"불모에 계신 전하를 보호하고, 신분을 버리고 이곳에 정착하면서 당신이 전하를 돕고 있는 걸 알았거든요."

"... 제게 벌하시는 겁니까?"

미양은 수줍게 웃으면서 대답한다.

"아뇨? 전하의 생명을 구해주신 은혜이신 당신을 어떻게 벌합니까?

솔직히 전하가 신분을 버리신 걸 많이 놀랐고, 충격이었거든요. 전하의 선택이니 어쩔 수 없긴 하지만...

저도 소상히 알아봤는데, 본의 아니게 당신을 의심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진실을 알아서 다행이지만."

명월은 조심스럽게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미양님을 알아보지 못해 송구합니다."

미양은 손을 뻗어 명월을 조심스럽게 일으켰다.

"괜찮아요. 그것보다 전하는 어디 계시나요?"

명월은 소천의 거처를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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