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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 화

붉은 달[赤月]

by z엘룬z 2024. 2. 24.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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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월과 소천은 꿈속에서 각자 과거에 일어난 일들을 보고 있었다.

명월은 달의 신 소영을, 소천은 마신을 통해 무언가 알아보고 있었다.

그리고 명월과 소천은 각자의 손목에서 금실이 유난히 빛이 나고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눈치채지 못했고, 그저 자신이 바라보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걸 보고 있다는 것이다.

명월은 달의 신 입장을, 소천은 마신의 입장을 알아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서로가 가장 닮은 모습이 겹쳐 보이게 된다.

명월은 달의 신을 쭉 지켜보았다.

소영. 그녀는 신이지만, 무능한 쪽이 가까웠다.

아니 오히려 천신의 억압으로 인해 그녀는 돕고 싶어도 도울 수가 없게 되었다.

하지만 명월은 그런 무능한 달의 신에게 늘 한결같이 찾아온 마신이 이상하다고 느껴졌다.

'마신은 투신 아수라를 챙기려고 하지만... 수없이 방문했어도, 오히려... 여신을 더욱 가까이하는 거 같아.'

명월은 남자에 대해선 잘 알지 못했다.

그러나 모든 상황들이 보면 마신은 달의 신을 호기심으로 만났지만,

호기심을 넘어 달의 신을 보호하는 느낌이었다.

마신은 여전히 위협적이면서도 달의 신의 정체를 알게 되었어도, 그녀는 거부할 권리조차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문득 궁금하군. 네 녀석은 신이면서도... 아무것도 구하지 않는 건가?"

".... 제약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마신, 당신은 그렇게 바보는 아니잖아요."

마신은 약간 비웃었지만, 달의 신을 바라보았다.

"본존은 이제... 호기심을 넘어, 널 손에 넣고 싶어졌다."

"그게 무슨...?!"

마신의 표정은 오묘했지만, 그는 달의 신에게 속삭이듯이 말한다.

"그대가 가장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본존을 두려워하지 않는 유일한 신 일 거다.

천신이나 다른 신들은 본존을 두려워하지만, 그대는 아니지. 그대는 본존이 누군지 알면서도 숨기지 않았나?"

-!

'역시 그때 마신은 달의 신의 정체를 진작에 알아차렸어.'

"문득 궁금해지는군. 본존을 천신이나 전신에게 넘기지 않고, 숨기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달의 신은 그런 마신을 한참이나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외딴곳에서 당신이 이곳에 처음으로 왔으니까요.

다른 신들조차 나에 대해 모르거나 혹은 외면했거나... 이젠 기대하지 않으니까요."

그 말을 들은 마신은 갑자기 달의 신을 가까이 다가갔고, 달의 신은 놀라 뒤로 넘어지려고 했다.

그러나 마신은 달의 신의 허리를 잡아 넘어지지 않게 해주었고, 달의 신은 마신에게 알 수 없는 감정이 느끼게 된다.

명월도 마찬가지로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 되자, 그녀는 단박에 알아차렸다.

달의 신은 자신도 모르게 마신에게 사랑을 빠졌다는 것이다.

-....

달의 신은 잠시 마신과 거리를 두었고, 고맙다고 말한다.

마신은 본디 무정하고, 냉혹하다.

그러나 그는 달의 신을 몇 번 만나더니 자신도 모르게 달의 신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되었다.

마신 또한 달의 신에게 향한 마음이 기울어져 있었다.

명월도 마신의 행동을 보고 뒤늦게 깨달았다.

'마신도... 달의 신을 사랑하게 된 거야. 자신조차 깨닫지 못한 채....'

그때 모든 장면들이 순식간에 지나쳐버렸다.

하늘에 먹구름이 끼었고, 천둥이 요란하게 울려 퍼지자 달의 신은 마치 각오한 모습이었다.

달의 신은 강제로 소환되었고, 그녀는 무릎을 꿇었다.

모든 신들이 모였고, 옥좌에 앉은 천신이 있었다.

"소영[消影]. 네 임무는 무엇인지 잊었느냐."

"아수라의 봉인을 지키는 것입니다."

"본존이 네 거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제약을 내린 이유를 모르는 건가."

달의 신의 표정이 암울했지만, 천신의 질문에 대답했다.

"저의 특이체질 때문에.... 그곳에서 머물러야만 안전하다고 하셨습니다."

'특이체질이라면... 마기를 잘 받는 체질이다.'

"본존은 너를 깊이 생각하며 그리 명을 내렸건만. 어찌하여 마신과 결탁했는가."

다른 신들은 천신의 말을 듣고 술렁거렸다.

달의 신은 천신에게 이에 되물었다.

"천신께선... 이 모든 일들을 알고 계셨을 터... 이제 와서 추궁하시는 연유가 무엇입니까?"

"본존은 그대에게 임무를 내리기 위해서다. 물론 성공한다면 마신을 숨긴 죄를 덮어주겠다."

-....

'나를 이용해... 마신을 함정 빠트리는 계획이다.'

"... 하명하십시오."

"아수라를 마신에게 넘겨, 그가 흡수하게 내버려 두어라. 그리고 아수라와 합친 마신을 제거하라."

-!

달의 신은 예상했지만, 충격을 받았다.

그녀의 두 눈을 질끈 감았지만, 천신의 명을 거역할 수가 없다.

"명... 받들겠습니다."

그녀는 자리에 바로 떠나자, 시간의 신이 바로 달의 신에게 다가갔다.

"기다려!"

달의 신은 자신을 세운 시간의 신 시혈[示趐]을 보게 되었다.

"시혈님은 뵙습니다."

"소영... 잠시 나와 대화할 수 있겠나?"

달의 신과 시간의 신은 인적이 없는 장소로 옮겨 대화를 나누었다.

"하실 말씀이 무엇입니까?"

"처음 만난 신에게 무례하게 들리겠지만... 자네의 운명을 엿보았다네."

"무슨..."

시간의 신은 잠시 주위를 둘러보고 달의 신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자네는 아수라를 다시 봉인함과 동시에 소멸할 운명인 걸 알고 있나?"

".... 달의 신의 사명이니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마신은 아수라를 흡수하지 않고, 그저 가지고 있었을 뿐이야.

하지만... 자네를 함정을 빠트리는 계략인데...?"

-....

달의 신은 슬픈 표정이지만, 조용한 미소로 그에게 대답한다.

"알고 있습니다. 전... 오랫동안 신으로서 살아왔어도, 정작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한 신인걸요.

제 쓸모로 사용하는 천신이시니... 차라리 신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고 소멸해도 후회는 없습니다."

시간의 신은 이에 답답하게 느껴졌는지, 그녀에게 목소리를 낮추면서 이리 말했다.

"자네가 죽으면, 천신과 다른 신들도 무사하지 못해!"

-?!

"무슨 말씀 하시는 거죠?"

"마신이 격노[激怒]해... 천신을 죽이고, 옹호한 신들을 전부 죽일 거란 말일세! 아수라를 흡수하면서 말이야!"

달의 신은 충격받았다.

'그는 무자비한 마신이야. 나 같은 건... 그저...'

명월도 가히 충격받았다.

"달의 신의 죽음으로 인해. 천신과 옹호한 신들을 죽였다. 일부 신들은 살아남아서 마신과 협상한 건가?"

거처로 돌아온 달의 신은 안색이 더욱 어두웠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그리고 늘 마신이 방문했다.

그는 달의 신을 보자,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닫자 다가가더니 얼굴을 쓰담아주었다.

"소영. 무슨 일이지. 본존이 나타났어도 그런 표정을 짓지 않을 터인데."

달의 신은 눈빛이 죽어있었고, 그에게 물었다.

"마신. 날 사랑하나요?"

"그건 왜 묻는 거지?"

"당신은... 날 미물처럼 여기면서 거의 협박이나 다름없이 가까이했잖아요.

만일 날 사랑하게 되었다면... 그만해줬으면 좋겠어요. 그게 당신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경고에요."

마신은 달의 신의 말을 듣고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닫자, 그는 무겁고 차가운 말투로 그녀에게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천신께선... 우리가 만나는 걸 알면서도 가만히 있었던 이유가...

당신을 함정에 빠트려 내가 당신을 죽여야 한다는 거예요. 하지만... 당신이 아닌 내가 죽을 거예요."

".... 무슨 뜻이지?"

"... 아수라는 봉인된 건 사실이에요. 당신이 아수라를 취한다면... 나는 당신과 싸울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아수라를 봉인함과 동시에 내가 소멸될 거예요."

-!

마신은 처음으로 충격받았는지 그의 눈동자에서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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