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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 화

붉은 달[赤月]

by z엘룬z 2024. 4. 28.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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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랑. 알고 있나요? 나는 인간계를 지켜내지 못하고, 보호하지 못하는 무능한 신이란 걸...
난 아무것도 못하는 것보단, 적어도 당신을 도울 수 있게 해 줘요."
"소영 님..."
 
달의 신은 류랑의 손을 잡고, 신궁[神宮]을 둘러보며 걸어갔다.
연무신녀는 달의 신과 류랑을 발견하더니, 달의 신에게 예를 갖추며 인사했다.
 
"소영 님을 뵙습니다."
"그대가 연무신녀인가."
"그렇습니다."
 
달의 신은 연무신녀의 곁에 노비를 살짝 보고, 그들은 두려운 표정을 나타냈다.
 
"... 천의님이 안 계시니. 신궁의 분위기가 삭막하게 느껴지는군."
"한창 전쟁 중이니, 어쩔 수가 없지요."
"그런데... 내가 이상하게 보이는 건가? 노비들의 얼굴은 어둡구나.
분명 이곳에서 명예롭고, 헌신한 모습이 어디 가고, 울상을 짓는 표정이구나."
 
연무신녀는 그 말을 듣고, 표정을 굳어버렸다.
 
"연무. 그대는 천의님과 함께 전쟁에 참여하지 않았나?"
"지금은 이곳을 지키는 게 우선입니다."
 
-....
 
"이상하구나. 그대가 이곳을 지킬 이유가 없을 터인데. 이유가 뭐지?"
 
연무신녀는 당황한 눈치였고, 입을 닫아버렸다.
 
"모든 신들은 전쟁으로 인해, 일부의 신들은 천의님을 따라갔지만, 나머지 신들은 신계에 머물지.
그대는 변명하면서 이곳을 남는 이유가 뭐지? 소문대로... 그대는 노비와 류랑을 눈치 못 채게 괴롭히는 건가?"
 
-!
 
"나를 속이려고 하지 마라. 나는 무능한 신일지라도, 엄연히 신이다."
 
연무신녀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고, 고개를 조아렸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어찌 내게 고개를 조아리는 거지?"
 
달의 신은 바로 연무신녀 뒤에 있는 노비들을 쳐다보면서 말한다.
 
"바른대로 말하거라. 너희들도 묵인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지."
 
노비들은 앞으로 나와 실토했다.
달의 신은 기가 막혔고, 류랑을 쳐다보았다.
 
"당신은 날 도우려고 했던 게.... 오히려 날 속인 거였나요?"
"그래! 난 당신이 천의님의 곁에 머무는 거 싫었어!"
 
연무신녀는 그 자리에서 본성을 드러내면서 소리쳤다.
 
"그분은 나의 것이었어! 너같이 천한 것이 감히 있을 자리가 아니란 말이다!"
 
달의 신은 천의를 발견했고, 천의 또한 연무신녀의 말을 듣게 되었다.
 
"이게 다 무슨 소리지?"
 
-!
 
"천... 천의님!"
" 천의님을 뵙습니다."
"소영 말해다오. 이게 대체 무슨 말이고, 무슨 일인지를..."
 
달의 신은 류랑을 한번 보고, 설명했다.
 
"시혈님이 제게 귀띔해 주신 것이 있어서, 류랑을 만났습니다.
그녀의 진맥을 살폈는데, 이상했고요. 해서 알아본 봐... 여기 이 노비들의 실토했는데...
신궁에 연못에 약수[弱水]를 풀었다고 말했습니다. 류랑은 약수에 푼 연못에 몸을 담갔고요."
 
-!
 
" 천의님. 알다시피 약수는 오랫동안 몸을 담글 경우... 자칫 목숨도 잃을 수 있습니다."
"연무.... 대체 왜..."
 
연무신녀는 천의에게 소리치면서 발악했다.


" 천의. 난 아무것도 바란 적이 없었어! 너만... 너만 내 곁에 머물러준다면 족했다고!
근데 왜... 왜 내가 아닌 저 천한 교인을 아내를 맞이한 건데!"
 
달의 신은 그 말을 듣고, 싸늘하게 연무의 얼굴을 때렸다.
 
-?!
 
순식간에 분위기가 싸늘해졌고, 달의 신은 연무신녀의 옷깃을 세게 잡으면서 말한다.
 
"네가 느끼는 감정은... 집착밖에 느껴지지 않구나. 네가 느끼는 게 사랑이란 감정이라고 볼 수도 없지."
"소영 님.... 당신이 절 얼마나 아신다고 이렇게 무례하게 구시는 거죠?!"
"전혀 눈치를 못 채는구나. 천의님은 내게도 중요하고 소중한 분이시다. 설마 너 혼자만 느끼는 건 아니겠지?"
 
-!
 
연무신녀는 안색이 더욱 창백해졌고, 달의 신은 더욱 강조했다.
 
"네가 느끼는 감정은 저들도 나도 똑같이 느꼈던 감정이다. 하지만, 독점하는 마음은 없지. 너만 제외하고 말이야."
"그게 무슨....!"
"아직도 이해 못 하나? 천의님은 모두에게 본보기로 보여주신 분이자, 위대하신 분이란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
너처럼 욕망을 억누르지 못하고 죄스러운 짓을 저지르니, 감히 천의님의 옆에 있겠다고 소리를 치는 건가?"
 
달의 신은 연무신녀를 내팽개치면서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진심으로 행복하게 보내주기 위해 욕망을 포기하는 것도 아름다운 거란걸 깨달아야 할 거다."
 
달의 신 앞에 류랑이 잠시 앞을 가로막았다.
 
"소영 님...."

달의 신은 류랑의 귓가에 속삭이듯이 말한다.

"....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는 건 자연스러운 거죠. 그러니 류랑... 천의님을 지키세요."
 
조용히 미소를 띠며, 달의 신은 자신의 처소로 돌아갔다.
 
이 모든 일들은 명월은 지켜보았고, 꿈속에 깨어나 현실로 돌아왔다.
 
-....
 
'그 꿈들은 과거에 있었던 일들이야. 달의 신에 관한 기억은 이걸로 끝났으면 좋겠는데... 아직 더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명월은 자리에 일어나 옷을 단정하게 입고, 머리도 만지면서 차를 마셨다.
 
'달의 신인 내가... 천의님을 처음으로 사랑했던 신이었구나.
하지만, 그자가 선택한 사람이 류랑이었고, 나는 사랑을 접고 진심으로 행복하길 빌었어.
.... 이 두 사람 사이에 연무신녀가 방해한 거 같네. 달의 신이었던 난 연무신녀를 방해를 막은 거고...
그리고 이 이후에 마신을 만난 건가?'
 
명월은 차를 마시면서 창밖을 내다보면서 곱씹었다.
 
'서로가 사랑하고 있다면.... 그걸로 족하겠지. 과거엔 마신이었던 자. 소천... 그는 지금도 날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어.
달의 신이었던 나를 위해... 천신을 죽였으니까.'
 
"다시 꿈을 꾸게 된다면.... 천신이 죽은 이후의 일들을 볼 수 있을까?"
 
명월은 소천을 생각하면서 먼 미래를 바라보았다. 
 
'나는 원래 마신이었던 자. 그러니 준비해야겠지... 마신의 존재를 지우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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