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명월은 당장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가면을 꺼내어 썼다. 자신의 신분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서...
"소영님."
"오은. '그들'에게 내게 남긴 유산을 넘겨줘."
오은은 옷소매에 꺼내어 명월에게 건네주었다.
명월은 물건을 바라보면서 오은에게 말했다.
"너는 가서 경국의 왕을 막으렴."
"네?!"
"... 그는 나와 함께 싸우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사람이란다. 내가 죽는 걸 원치 않아서..."
"그래서... 막아달라고 하시는 건가요?"
"... 그래. 먼 과거에서 똑같이 반복될 순 없단다. 그가 날 방해하지 않길 바랄 뿐이야."
오은은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깨달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 알겠습니다."
오은은 까마귀로 변하며 경국으로 향했고, 명월은 모습을 다르게 바뀌면서 움직였다.
칠흑 같은 머릿결이 새하얗게 변했고, 검은 눈동자는 자색[茈色]으로 변하며 성국의 병사들을 제압했다.
"침입자다!"
"죽여라!"
병사들은 명월을 죽이려 달려들었지만, 명월은 법력과 검술이 월등히 뛰어나 그들을 쓰러트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녀의 기운은 범상치 않았고, 은색과 선홍색이 함께 표출된 기운들이 명월에게 애워싸였다.
그리고 그녀는 주이왕을 마주쳤다.
"웬 놈이냐. 경국의 암살자를 보낸 거냐?"
하지만 명월은 쉽게 대답하지 않고, 그를 노려보았다.
"정체가 뭐냐!"
'두려운 기세는...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얼굴에 드러내지 않았다.'
명월은 검을 주이왕으로 가리키며, 침묵을 유지했다.
주이왕은 가소로운지 그도 검을 들어 명월에게 반격하기 시작했다.
-챙!
검과 검이 맞대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주이왕은 기세가 등등하다 못해 오만했다.
그의 오만함이 명월에게 돌진했지만, 명월은 표정을 유지하면서 막으면서 반격했다.
"제법이구나."
-...
"하지만 언제까지 그렇게 할 수 있는지 궁금하군."
주이왕은 검에 힘을 주입시키고 힘이 더해지자, 명월이는 예상하듯이 그를 노려보면서 입을 열었다.
"겨우 그 정도인가."
-?!
주이왕은 뭔가 이상하여 잠시 뒤로 물러났지만, 힘을 거두지 않았다.
"그 목소리... 익숙하군."
하지만 명월은 가면을 벗지 않고 말했다.
"신의 은총이라 여기며.... 아랫것들을 그리도 모질게 구는 것인가? 너 또한 그들처럼 하찮다."
"닥치거라! 과인은 성국의 왕이다! 네 까짓게 감히 과인을 모욕하는 건가?!"
"... 성국의 왕. 선대는 그리 어리석진 않았지.
네놈은 정신이 깨어난 상태에서 그대로 살아왔다면 반성이라도 했다면 다행 었지만...
여전히 반성이란 걸 모르는 한심한 놈이군."
주이왕은 그 말을 듣고 정체를 깨달았다.
"그래... 네 녀석이구나. 명월! 날 불구로 만든 네 녀석 말이다!"
명월은 가면을 던졌고, 그를 차갑게 노려보았다.
"하! 네 년의 모습은 기괴하구나. 백발에 자안[茈眼]이라니...!"
명월은 보이지 않게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
"나는 신의 은총을 받은 게 아니다. 오히려... 그 은총을 내린 자를 죽이고 싶은 사념들이 내게 힘을 주는 것뿐."
"뭐야?!"
명월은 힘을 방출하며 경비초소와 나무들이 크게 흔들렸다.
은빛과 선홍빛이 뿜어내면서 주위를 위협했지만, 명월은 그 어떤 분노나 냉혹한 표정을 짓지 않았다.
"너...!"
"네가 받은 은총은 그럴싸한 변명이자 미끼일 뿐. 네 몸뚱이 차지하기 위한 거짓이란 걸 모르는 건가?"
"하! 설령 안다 해도 과인은 네 녀석을 절대로 살려두지 않기 위해! 계약을 맺은 것이다!"
명월은 우스웠고, 가벼운 일격으로 날리자 주이왕은 맥락 없이 멀리 날아가 벽에 세게 부딪혔고 땅으로 추락했다.
"커헉!"
그는 피를 토했고, 몸이 움직이지 못했다.
"신의 은총을 받은 자가. 겨우 이 정도의 공격을 받고 몸을 가누지 못하는 걸 보면... 한심하군."
명월은 주이왕의 목에 칼을 가까이 대며 위협했지만, 조용하게 말했다.
"... 당신의 야망이 너무나 크다 못해 악신으로 변질했으니 내가 당신을 처치하러 왔습니다."
주이왕은 힘에 먹히고 있는지 고통에 몸부림쳤지만, 입에 거품이 내뿜으며 사망하자 사악한 기운들이 새어 나왔다.
하지만 몸뚱이는 사악한 기운들로 인해 지배하여 꼭두각시가 되어버렸다.
"[드디어 널 만나게 되었구나. 달의 신. '소영'이여.]"
"결국엔 이렇게 마주할 줄 몰랐지만... 난 여전히 당신을 싫어합니다."
"[자유를 빼앗기고, 인간을 돌볼 자격까지 빼앗아 갔으니 그럴 만도 하겠지. 하나 너 또한 죄를 범한 신.]"
-....
"[부정하지 않는군.]"
"부정해도 소용없는 짓. 그건 나의 죄. 돌이킬 수 없는 진실..."
명월은 유산을 꺼내 법력의 힘을 주입하며 용 한 마리를 소환했다.
"[마룡이구나. 놀랍군... 멸족되었는데 불구하고 유산을 손에 넣을 줄이야.]"
"내 아버지가 마룡제군이란 걸 잊으셨군요. 그리고 전 반신이란 걸 잊으셨고요."
"[흥. 상관없으니... 그대가 태초의 마신이란 건 변함없는 사실이니 말이지.]"
명월은 각오하고 그를 먼저 공격하고 용을 타고 하늘을 날았다.
까마귀의 모습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소천 앞에 나타난 오은은 그를 막았다.
"너는!"
"가시면 안 돼요. 나의 주인이신 소영님의 명을 받고 당신을 막으러 왔어요."
"어째서 날 막는 것이냐!"
"당신은 경국의 왕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위치를 망각하시면 안 됩니다.
그래서 소영님이 저에게 부탁하신 거고요."
"명월은... 명월은 괜찮은 것이냐?!"
오은은 두려우면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안 괜찮아도... 당신은 가면 안 돼요."
그때 궁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늘이 이상한데?"
"하늘에 뭐가 날아다녀!"
"저건... 용?!"
-!
소천은 용이란 말을 듣고 밖으로 뛰쳐나와 하늘을 보았다.
용은 빠르게 이동했지만, 고통에 몸부림치는 걸 목격하자 그는 어둠의 힘을 사용해 합류하려고 했다.
그러나 오은은 그를 제지했다.
"안 돼요! 당신이 가진 그 힘은 백성을 위해 사용하기를 바란 마음으로 도와드린 거예요!
소영님이 왜 당신에게 힘을 되찾아주었는지 정녕 모르시나요?!"
"너!"
"저는 소영님을 믿어요! 잘못되어도 더 이상 당신이 짊어질 필요가 없다고요!"
소천은 힘에 빠진 듯이 몸이 비틀거렸다.
하지만 소천은 물러서지 않기 위해 오은을 공격하자 오은은 이에 막아섰다.
'소영님! 소천께서 저를 공격하고, 소영님을 도우려 합니다!'
'! 물러서! 너는 그자를 이기지 못해!'
오은은 명월의 응답을 듣고, 재빠르게 뒤로 물러서자 소천은 바로 하늘을 날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