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너무 어리석어요.'
'명월... 대체 무슨 말을 싶은 거야? 내가 어리석다니...'
소천은 자신의 처소에 명월에 눕혀 태의를 불러 진맥을 보았다.
무유는 왕의 곁에 머물며 같이 지켜보았다.
태의는 진맥을 마치자 소천에게 말했다.
"폐하."
"어떤가?"
태의는 망설였지만, 의원으로서 대답했다.
"마마께서 회임[懷妊]하셨습니다."
소천은 놀랐고, 무유는 감축드린다고 외쳤다.
"헌데...."
"뭐가 문제 있는가?"
"마마께서 회임을 가지셨으나, 맥이 약하시고, 그리고... 태동[胎動]이 느껴지질 않습니다."
-!
"만일 마마께서 유산[流産] 하실 경우.... 더 이상 회임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소천은 청천벽력[靑天霹靂] 같은 소식을 들었고, 충격에 휩싸였다.
"폐하!"
소천은 손을 올렸고, 무유는 물러갔다.
"폐하. 후계자[後繼者]를 생각하셔야 합니다. 황후마마를 삼으셨다면... 후궁에 첩[妾]을 들이셔야 합니다."
".... 아니 필요 없다."
"폐하...!"
"이미 대신들에게 그리 공표했으니 더 이상 내 뜻을 굽힐 순 없다. 명월은 과인에게 유일무이한 여인이다.
다른 여인을 결코 첩을 삼을 수 없다."
"폐하... 후계자를 생각하셔야 합니다. 차라리 미양님을 후궁으로 삼으십시오."
"... 무유."
순간 무유는 섬뜩했고 이 이상 함구했다.
"그래서 명월은 언제 깨어나는 거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 소신은 물러나겠습니다."
태의는 물러났고, 소천은 명월의 곁에 머물렀다.
"너도 그만 나가거라."
무유도 물러갔고 시간이 많이 흘러갔다.
명월은 천천히 눈을 떴고, 자신의 곁에 있던 소천을 발견했다.
'.... 소천?'
그는 명월의 곁에 한시도 떠나지 않았고 지쳤는지 잠에 들어있었다.
명월은 그저 멍하게 바라보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때 이상함을 느꼈는지 소천은 깨어났고 깨어난 명월을 보게 된다.
"명월. 너 괜찮은 거냐?"
".... 소천."
명월이 일어나려고 하자 소천은 명월을 부추겼다.
"제가... 얼마나 잠들어 있었던 거죠?"
".... 이틀이야."
-!
"명월.... 너 언제부터 아기를 가진 거야?"
명월은 그 말을 듣고 표정이 굳어버렸다.
".... 안 지 얼마 안 되었어요."
"왜 말 안 한 거야?"
-....
"소천. 천신이 완전히 소멸된 게 아니에요. 그리고 그는 절 여전히 노리고 있고요."
소천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저는 끝까지 숨겼어야 했어요. 아기도... 당신도... 모두 내 약점이나 다름이 없으니까요."
소천은 명월을 끌어안았다.
"소천...?"
"절대로... 절대로 널 죽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 무슨 수로요? 그 힘으로 절 지켜줄 거라 생각하는 건가요?"
소천은 명월을 똑바로 바라보았지만, 명월은 싸늘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정말 당신은 어리석어요."
".... 네가 기절하기 전에 나를 어리석다고 말했어. 왜지?"
"소천... 당신이 다시 마신으로 돌아간다 할지라도.... 태초의 마신이 깨어난 순간 모든 게 무의미해요."
-!
"당신은... 제 정체를 알고, 저를 지키고자 명분이 필요했던 거고요. 제가 틀렸나요?"
".... 아니. 맞아."
'역시.... 그는 내가 태초의 마신이란 걸 알고 있어....'
"제가 마신이라면... 당신은... 더 이상 마신으로 살 필요가 없는데요."
"내가 널 죽게 내버려 둘 순 없어. 신마전쟁 때.... 네가 아수라를 구하려는 그 순간에 너를 처음으로 보았으니까."
명월은 그 말을 듣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는 아수라를 구하기 위해. 별의 군대를 동원해서 신마전쟁에 끼어들었지. 그때 나는 마신이라고 불렀지.
그때에도 사골을 지니고 있었어. 네가 나타날 때... 사골이 반응했거든."
-!
"사골을 반응하자 나는 그 이유를 찾기 위해 싸우면서도 범인을 찾듯이 찾았지. 그게 처음으로 널 발견한 거야.
영의도... 아수라도... 내게 너를 부탁했지."
-....
"왜 그런 식으로 부탁했는지... 당시에도 이해 못 했으나, 이젠 알겠더군. 너를 만나야 할 명분으로 세워서라도...
너를 가까이하고 싶었다. 그래... 거기서 '사랑'이란 감정도 처음으로 느꼈을지도 모르지."
"그게... 처음으로 아수라의 힘을 원했던 그때를 말한 거군요."
소천은 고개를 끄덕했다.
"하지만... 마기를 받는 체질은 결코 고칠 수 없었어요. 그렇게나 부단히 노력했는데 불구하고 말이죠."
명월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