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혈은 숨겨진 공간으로 들어가 봉인된 원신을 바라보았다.
봉인된 원신은 바로 명월이 품었던 아기의 원신이었다.
-...
시혈은 한숨이 나왔다.
'보아하니 원신의 기운이 신의 기운이 느껴지는구나. 인간의 기운이 느껴져야 하는데... 설마 육신을 죽인 것인가?'
시혈은 지그시 원신을 바라보면서 역린을 건넸다.
그러자 원신은 육신을 갖추며 아기의 모습으로 변했다.
아기는 봉인되어 곤히 잠든 모습이었고, 시혈은 아기의 품에 역린을 넣었다.
아기는 곤히 잠들어 있어도 역린을 꼬옥 쥐었다.
"그것은 너의 보물이니라. 소중히 하고 잃어버리지 말거라."
시혈은 그 한마디 남기고 공간에 빠져나왔다.
아기는 천천히 눈을 떴지만, 울거나 짜증조차 내지 않았다.
아기는 마치 성인처럼 깊은 생각과 마음을 지닌 것처럼 고요했다.
시혈은 공간에 빠져나와 밖으로 나갔다.
바로 자신의 앞에 안오가 서 있자, 그는 조금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자네 그 공간을 어떻게 만든 거지? 나도 모르는 공간을 만들어 무엇을 감춘 거지?"
시현은 한숨이 나왔고, 그에게 말했다.
"좀 전에 내가 말하지 않았나,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다고 말일세. 더 이상 알지 말게나."
"그 안에 있는 기운은 범상치 않아. 설마..."
"그 입 조심하시게. 천신이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닌 이상 이 이상 발설하지 말게나. 그것이 전신일지라도."
-!
시혈은 자신 외엔 출입 못하게 단단히 봉인했다. 친우여도 허락하지 못하게 막아놓았다.
'멍청하군. 천신의 의지가 사라진 게 아니란 걸 나도 안단 말이네. 그렇게 대놓고 이렇게 봉인하면 천신이 눈치 못 차리지 않을 터...'
안오는 자리에 떠난 시혈을 위해 이중 결계로 쳤다.
'만일을 위해서라면... 열쇠를 하나 더 쥐는 게 더 낫겠지. 결계는 여전히 시혈 혼자만 출입할 수 있지만, 또 하나의 열쇠는 내가 쥐고 있다는 걸 말하여선 안 되겠지.'
오은은 하늘을 주시했고, 불안하고 슬픈 얼굴로 바라보았다.
'소영님...'
안오는 품에서 명패를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아주 오래전.... 무능한 달의 신이 오은에게 명패를 주었다.
"소영님.... 이건?"
"이건 나의 군대를 부를 수 있는 명패이니라."
-!
"이걸 왜 저에게.... 주신 거죠?"
".... 나는 아주 오랫동안 이곳에 지냈다. 삼계를 지켜야 할 신이 그 어떤 것도 지키지 못한 채... 이곳에 유배당하며 살고 있지.
별의 군대를 가지고 있는 내가.... 신마전쟁을 참여하지 못하는데 어찌 이 군대를 통솔할 수 있느냐."
소영은 오은에게 명패를 꼭 쥐어주면서 말했다.
"만약을 위해서라도... 오은 너에게 별의 군대를 통솔할 수 있는 권한을 너에게 주마. 세상의 종말을 맞이할 위기가 온다면.... 그때 사용하렴."
오은은 인간계에 피해가 올 때 별의 군대를 부르지 않고 오직 자신의 힘으로 막았다.
달의 신의 은혜를 받은 요족또한 오은과 함께 인간계를 지켜냈다.
지금의 현재에선 오은은 깊이 생각했다.
'지금이 그때일까? 그 어떤 신들에게 말하지 않았어. 천신은 육신이 소멸했어도 그의 야망이 사라진 게 아니야.
그래서 악신이 되어 삼계를 위협하는 거겠지...'
-...
"백오."
-!
오은은 뒤를 돌아보자, 안오가 다가왔다.
"무슨 고민을 하는 거지? 게다가 당장 울 거 같은 표정을 지으고 말이야."
".... 안오 님께 설명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냥 떠나 주세요."
안오는 한숨이 나왔고, 오은의 손을 붙잡았다.
"무슨?!"
"잔말 말고 따라와."
오은은 속수무책으로 안오에게 끌려갔고, 안오는 오은을 침대에 던졌다.
-?!
"이게 무슨 짓이에요!"
"지금 그 상태에서 무엇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잔말 말고 잠이나 자!"
"필요 없다고요!"
안오는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아 불쾌하고 화가 났다.
"너 같은 걸 챙기는 건 나도 싫어! 내가 신이기에 하찮은 생명일지라도 돌봐야 하는 게 의무이기도 하지.
나 또한 좋아서 이러는 거 아니다. 그러니 적당히 고집을 부려라."
오은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으며 안오를 노려보았지만, 그는 자신의 할 말을 마치고 자리에 떠났다.
-....
오은은 몸을 웅크리면서 울적거렸다.
'소영님....'
한편 마신이 된 명월은 정예부대를 창설하고 훈련을 임했다.
그리고 마룡들은 죄를 범한 인간이나 요괴들을 수두룩 인질을 붙잡았다.
"존상. 명하신 대로 이들을 잡아왔습니다."
명월은 고요하게 인질들을 바라보았고, 자리에 일어나 그들에게 다가갔다.
인질들을 하나같이 두려워 벌벌 떨었고, 움츠렸다.
"그대들은 왜 잡혔는지 이유를 아는가?"
질문을 던졌지만 하나같이 창백하고 고개를 저었다.
명월은 예상했듯이 그들에게 말했다.
"그대들은 죄를 범하고 숨어 지내왔다는 걸 본좌가 전부 파악했다.
그러니 그대들은 충분히 죄를 씻을 수 있는 기회마저 없애고 살아왔으니 괘씸해서 잡아온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면서, 왜 우리를 구원하지 않은 게요?!"
명월은 싸늘한 표정을 외친 자에게 바라보면서 냉담하게 대답했다.
"본좌는 마신이다. 하늘을 주관하는 자가 아니고, 너희들의 소망을 들어줄 이도 아니지.
마신이란 본디... 죄업을 심판하는 자이니라.
그렇기에 본좌는 무지하고 냉혹하다. 이 이상 말하지 않아도 잘 알 테지?"
그들은 표정이 어둡고 창백해졌다.
그들은 단번에 알아차렸다. 이곳에 붙잡힌 이상 살아나갈 수 없다는 것을.
명월은 사골을 꺼내자 인질들을 가까이 댔다.
그러자 그들은 비명을 질러 고통에 몸부림쳤고, 그들의 기운이 사골에 흡수당해 사라졌다.
명월은 사골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공주.]'
마룡들은 뒤에서 명월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아직... 아직이야. 사골에 흡수한 마기는 이 정도로 끝났다 할지라도 부족해.'
명월은 마계에 가장 깊은 곳으로 홀로 움직였다.
명월의 발밑에 닿자마자 망령[亡靈]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절규와 비탄, 통곡하는 목소리가 다양하게 들려왔다.
"[하늘이 우리를 버렸다!]"
"[저주해!]"
-....
명월은 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망령들이여."
-?!
망령들은 명월을 발견했다.
"그대들은 복수를 원하는가?"
망령들은 그 말을 듣고 명월에게 달려들어 공격하자, 명월은 가볍게 그들을 막았다.
"[어떻게?!]"
"그대들은 복수를 원한다면 나에게 협력하라. 내 안에 깃들어 때를 기다려 노린다면 복수는 완성할 수 있을게다."
망령 중 하나가 명월에게 다가가서 무언가 확인하듯이 입을 열었다.
"[우리는 망령이긴 하나, 한때 신이었던 자와 인간이었던 자다. 나는 망령이 되기 전에 스스로 누구인지 기억하고 있다.]"
명월은 침묵을 유지하며 망령을 바라보았다.
"[한데... 너에게 특이한 기운이 느껴지는구나. 마기의 기운과 용의 기운 그리고.... 다른 힘이 느껴져.]"
명월은 망령에게 물었다.
"다른 힘?"
"[그대는 마신으로 각성했지만, 무언가가 다른 힘이 느껴지는군. 마치 태생부터 그렇게 갖고 태어난 것처럼...]"
명월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
그녀는 한참 동안이나 침묵했고, 망령은 명월에게 물었다.
"[궁금하구나. 그대는 이제 막 각성한 마신인데... 흔히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마신 하고 다르군. 그대는 누구인가.]"
"본좌는... 처음부터 마신이었던 자.
빛의 신은 나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희생되었고, 이제야 제자리로 돌아간 본좌이니라."
-!
망령들은 술렁거렸고, 말을 건 망령은 침착하게 명월과 대화를 나누었다.
"[하면.... 그대가 태초의 마신이라는 건가?
... 그래서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마신과 다르다는 걸 이제야 이해 가는군.]"
망령은 자신을 소개했다.
"[나는 불의 주인이라 불려왔던 화신[火神]이다.]"